<브이포벤데타>는 가이 포크스 가면, 검은 망토, 붉은 장미 같은 강렬한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 구조와 심리 묘사가 숨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선전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개인의 고통에서 출발한 저항이 어떻게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치밀하게 설계된 스토리라인 안에 녹여냈습니다. 이야기는 개인의 삶을 파괴한 권력이 어떻게 다시 그 개인에 의해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며, 복수의 감정을 넘어 인간 존엄성과 기억의 복원이 주제의 핵심이 됩니다. 감독 제임스 맥티그는 익숙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감각적인 영상미와 함께 무대극처럼 연출된 대사 구조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한 줄거리 요약을 넘어서, 영화가 왜 구조적으로 완성도 높은 이야기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초등학생시절에 학교에서 처음 봤는데요. 당시에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이 영화가 숨기고 있는 내용은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액션씬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당시 브이의 특유의 가면과 액션씬이 너무 멋있어서 피규어를 샀던 기억이 있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보니 단순이 액션의 눈요기 뿐만아니라 숨은 메시지들이 너무너무 많이서 놀랐습니다.

스토리의 시작: 조용한 일상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이야기는 2030년대 후반의 영국, 전체주의 독재 정권 아래에 놓인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정치적 반대자는 숙청되고, 언론은 철저히 통제되며, 종교적·문화적 다양성은 억압됩니다.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실상은 통제와 공포로 유지되는 사회입니다. 주인공 이브 해먼드는 이 정권의 선전 방송을 담당하는 텔레비전 네트워크 BTN에서 일하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그녀는 정부의 야간 통행 금지 규정을 어기고 외출했다가 비밀경찰인 '핑거맨'에게 제지당하는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복면을 쓴 V입니다. 그는 검술과 전략에 능하며, 정부에 대한 깊은 원한을 가진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구조 장면을 넘어서, 억압된 세계에 균열이 시작되는 상징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브는 V에 의해 구조된 이후 그의 비밀 은신처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는 국영 방송국 BTN을 점거할 계획을 세웁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민들에게 11월 5일을 기억하라고 말하며, 자신이 국회의사당을 폭파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테러리즘의 예고가 아니라, 국민에게 질문을 던지는 연극과도 같은 장치로 기능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관객과 등장인물 모두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듭니다.
브이포벤데타 스토리의 핵심은 감정의 전이입니다
이브는 처음에는 V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복면을 쓰고 폭력을 사용하는 그의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며, 자신이 단지 우연히 휘말린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V가 그녀에게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에서, 그는 단지 복수심에 가득 찬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V는 이브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선택의 기회를 줍니다. 이브가 자신을 배신한 방송국 간부를 고문하지 못하게 말리는 장면이나, 그녀가 외부 세계로 나가기로 결심했을 때 말없이 보내주는 모습에서, 그는 권력자가 아니라 동등한 존재로서 그녀를 대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사건의 전개가 아니라, 이브의 감정이 변화하고, 그녀가 체제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또한 그녀가 다시 체포되어 감금된 뒤 받게 되는 ‘발레리의 편지’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그 편지는 단순한 감성 자극이 아닌, 인간이 억압 속에서도 어떻게 존엄을 지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서사 장치입니다. 이브는 그 편지를 통해 단순한 피해자에서 ‘기억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고, 그것은 곧 그녀가 V의 철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감정의 전이를 매우 섬세하게 다루며,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따라오게 만듭니다.
반전의 중심은 V의 정체보다 ‘왜’라는 질문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서사에서는 주인공의 정체가 반전의 중심으로 기능합니다. 하지만 <브이포벤데타>는 이와 다른 방식을 택합니다. 관객은 끝까지 V의 본명을 알지 못하며, 그의 얼굴조차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인물인가보다, 왜 그런 인물이 되었는가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그는 과거 생화학 무기 실험의 피실험자였으며, 불에 휩싸인 감금소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외모는 망가졌고, 감정은 왜곡되었지만, 그는 그 속에서 자신만의 논리와 정의를 구축했습니다. 그의 복수는 개인의 분노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사회 전체의 기억 회복과 자유 회복으로 확대됩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비극적 서사와 영웅 서사의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V는 고통을 겪은 피해자이면서도, 다른 이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가해자일 수 있다는 모순적인 존재입니다. 그는 누군가의 희망이자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포입니다. 영화는 이 복잡한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룹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반전은 단순한 ‘충격’이 아닌,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서사로 작용합니다. 우리는 그를 응원해야 할까요, 아니면 두려워해야 할까요? 영화는 이 질문에 답을 내리기보다, 고민을 지속하게 만듭니다.
브이포벤데타의 엔딩은 파괴가 아닌 새로운 서사의 문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즉 엔딩 장면은 기술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상징적으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V는 정부 요원들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습니다. 그는 자신이 살아남지 못할 것을 알기에, 자신의 마지막 행동을 이브에게 맡깁니다. 이브는 처음에는 주저하지만, 결국 그 선택을 받아들입니다. V의 시신은 폭탄이 장착된 열차에 실려 의사당으로 향하고, 11월 5일 밤, 런던의 하늘은 거대한 폭발로 붉게 물듭니다. 그러나 영화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폭발 이후에 있습니다. 거리에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V의 가면을 쓰고 나타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권력에 침묵하던 다수의 시민이 드디어 목소리를 내는 장면입니다. 이들은 모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가면을 씀으로써 공동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바로 ‘우리는 이제 침묵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여기서 영화는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변화는 어떤 순간에 일어나는가? 그리고 그 변화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삶에 다가오는가? 엔딩 장면은 비극적 죽음을 통해 시작된 각성의 순간을 그리며, 단순한 마무리가 아닌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조용히 되묻는 장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