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특허 승소'라는 뉴스 헤드라인만 보고 서울반도체를 샀습니다. LED 업계의 삼성전자라는 타이틀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라는 화려한 이력서에 눈이 멀었던 거죠. 하지만 제가 간과한 건 단순했습니다. 특허 하나로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특허 승소는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적 부진이 동반되면 그 효과는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서울반도체가 최근 2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건 사실이지만, 이 상승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허 승소와 글로벌 독점권의 실체
서울반도체의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가 미국 연방법원에서 독일 레이저컴포넌트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해당 제품에 대해 제조 및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고, 이는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AR(증강현실) 분야에서 서울반도체가 특허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기서 HBM이란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속 메모리 기술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핵심 부품입니다. 서울반도체는 이 HBM 패키징 공정에 필요한 UV LED(자외선 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 1만 개 이상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특허청).
일반적으로 특허 승소는 향후 로열티 수익 확대와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서울반도체에 투자했을 때도 '전장용 LED 확대'와 '마이크로 LED 사업화'라는 장밋빛 전망만 믿고 들어갔다가 큰 손실을 봤기 때문입니다.
특허 승소의 실질적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장 진입 장벽 강화: 경쟁사가 동일 기술을 사용할 경우 법적 리스크 발생
- 로열티 수익 가능성: 특허 사용권 계약을 통한 추가 수익원 확보
- 브랜드 가치 상승: 기술력 인정으로 대형 고객사와의 협상력 강화
하지만 이 모든 긍정적 요소는 '실적 개선'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아무리 좋은 특허를 가지고 있어도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면 그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적 부진과 구조적 쇠퇴의 신호들
서울반도체의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습니다. 당기순손실은 약 463억 원으로 적자 폭이 무려 2,337%나 확대됐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1% 감소했고, 고정비 부담이 겹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솔직히 이 수치들을 처음 봤을 때 제 투자 판단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가능성'을 현재 시점의 실적보다 더 높게 평가했다는 점입니다.
LED 산업의 구조적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입니다. 일반 조명과 IT용 LED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한국 업체들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둘째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환입니다. TV와 모니터 시장이 기존 LED 백라이트 방식에서 OLED로 빠르게 넘어가면서, 주력 사업인 LED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OLED란 별도의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 기술로, LED 대비 명암비와 색 재현력이 우수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빠르게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울반도체가 대응책으로 내세운 건 '전장용 LED'입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지능형 헤드램프와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용 고사양 LED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미래 성장 동력은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사이 주가는 실적 부진에 끌려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서울반도체는 적자 지속으로 전체 직원의 약 30%를 감축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기업이 생존 모드로 전환했다는 신호입니다. 주가는 5,000원 후반대까지 밀려나며 3년 및 5년 최저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상승을 억제하는 강한 압력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체질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내부 동력이 약해진 기업이 다시 일어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명확한 턴어라운드 시그널이 필요합니다.
서울반도체를 보면서 제가 배운 교훈은 명확합니다. 아무리 우량주라 불리던 종목이라도 산업 구조의 변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루멘스에서 겪은 실패를 발판 삼아 이번엔 규모가 큰 기업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더 참혹했습니다. 글로벌 3위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1만 개 이상의 특허 포트폴리오도, 실적 부진 앞에서는 주가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정리하면, 서울반도체의 특허 승소는 분명 긍정적인 뉴스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현재의 실적 부진과 산업 구조적 리스크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투자를 고려하신다면 단기 상한가에 휘둘리지 말고, 분기별 실적 개선 여부와 전장용 LED 사업의 구체적인 성과를 냉정하게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막연한 기대감에만 매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의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