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석유주가 오른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정작 그 상승이 언제 끝나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저도 예전에 흥구석유를 중동 리스크 뉴스만 보고 추격 매수했다가 이틀 만에 급락하며 손실을 본 경험이 있습니다. 거래량 폭발에 더 갈 줄 알았는데, 이슈가 잠잠해지자 호가창은 순식간에 매도 물량으로 뒤덮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테마의 열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식고, 남는 건 냉정한 계좌뿐이라는 걸 말이죠.

중동리스크와 유가 급등의 메커니즘
2025년 2월 들어 국제 유가가 급등했습니다. WTI 기준으로 이틀 만에 6% 넘게 오르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됐고, 이는 곧 석유 공급망 차질 우려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링컨 항모 전단을 인도양까지 이동시켰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뿐 아니라 베네주엘라 같은 산유국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흥구석유 같은 국내 석유 유통주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유가 상승은 보유 재고의 가치를 높이고, 판매 단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단기 이익 기대감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흥구석유는 2월 20일 하루 만에 24% 넘게 급등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과거에도 중동발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비슷한 패턴을 반복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급등을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본 결과, 이런 테마성 상승은 지속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뉴스 헤드라인에 반응해 들어간 개인 투자자들이 고점을 물리는 구조가 반복되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외인매집 패턴과 수급 분석의 함정
흥구석유의 수급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저점에서 꾸준히 물량을 모아왔고,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그 물량을 넘겨주다가 주가가 오르자 다시 매수에 나서는 패턴입니다. 언뜻 보면 외국인이 주도하는 상승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외국인 보유 물량이 많다는 건 양날의 검입니다. 물량이 많으면 한꺼번에 던지기 어렵기 때문에 며칠에 걸쳐 나눠 매도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언제든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월 20일 급등 당일에도 외국인은 일부 물량을 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고, 개인들이 그 자리를 메웠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외국인이 정말 더 오를 걸 확신한다면, 왜 고점에서 물량을 털어낼까요? 오히려 개인들에게 비싼 가격에 넘기고 있는 건 아닐까요? 과거 차트를 보면 흥구석유는 급등 후 고점에서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며 하락하는 패턴을 여러 차례 보여줬습니다. 지금도 그 시나리오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단기급등 이후 하락 리스크 요인들
흥구석유의 단기 급등은 분명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여러 하락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첫째, 중동 긴장이 완화될 경우 유가는 빠르게 원상복귀할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고 변동성이 큽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협상이 진전되거나, 미국이 압박 수위를 낮추면 시장의 공포는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둘째, 2026년 유가 전망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와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2026년 글로벌 석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급 과잉은 유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흥구석유 같은 유통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단기 테마에 가려져 있지만, 중장기 펀더멘털은 우호적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셋째, 환율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는 구조에서 고환율이 지속되면 유통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흥구석유는 과거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도 있고, 사업 모델이 대구·경북 지역 중심의 GS칼텍스 석유 도소매에 국한돼 있어 신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종목은 단기 매매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머리에서 팔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깨에서는 정리해야 합니다. 이슈가 식으면 거래량이 급증하며 급락하는 게 테마주의 전형적인 패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손실을 본 것도 "조금만 더"라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흥구석유는 분명 단기적으로 매력적인 종목입니다. 중동 리스크가 지속되고 유가가 오르는 동안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외국인이 언제 본격적으로 매도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이제 테마주에 접근할 때 "얼마나 오를까"보다 "언제 내릴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손실을 경험한 뒤에야 배운 교훈입니다. 투자는 수익도 중요하지만, 손실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