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이들이 잠든 조용한 밤. 소파에 앉아 오늘 하루를 돌아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봤던 영화 한 편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거든요. 제목은 ‘교섭’. 보자마자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였습니다. 처음엔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가볍게 보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몰입하게 됐고, 상영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40대 중반이 된 저는, 가족을 부양하고 직장에서 무게 있는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무엇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시기죠. 그래서 그런지 ‘교섭’이라는 영화가 가진 진지함과 감정의 깊이가 마음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외교적 협상을 둘러싼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인간적인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절절하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액션이나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가 아닌, 실제로 있을 법한 사건을 현실감 있게 풀어낸 이 영화는, 특히 저처럼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있는 중년 남성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들이 영화 전반에 걸쳐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그것이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섭 주인공의 연기와 40대 남성의 공감
황정민 배우가 맡은 정재호 외교관은 단순한 직업인이 아닙니다. 그가 맡은 역할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을 구하려는 책임감을 가진, 동시에 인간적인 고민과 불안감을 안고 있는 진짜 사람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모습에서 어느 순간 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물론 저는 외교관도 아니고, 국가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고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가정이라는 작은 세계 안에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때로는 회사의 중간 관리자라는 역할로서 무수히 많은 협상과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정재호는 영화 내내 극도로 절제된 연기를 보여줍니다.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누르고 또 누릅니다.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도, 비협조적인 상대에게도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억눌린 표정, 작은 한숨, 고개를 숙인 자세에서 그가 느끼는 중압감과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황정민의 연기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어느 순간 ‘이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영화가 끝난 후 아내에게 "당신도 직장에서 저런 느낌일 때 있어?"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현빈이 맡은 민간 협상가 박대식도 또 다른 방식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투박하고 현실적인 인물로 등장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의 행동과 말투, 그리고 상대를 설득하는 방식에서 진정성이 묻어났습니다. 그 또한 ‘책임’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두 사람이 협상 전략을 두고 언성을 높이며 갈등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건 단순한 의견 충돌이 아니라, 국민을 어떻게든 구하겠다는 각자의 방식이 충돌하는 순간이었고, 거기엔 그들 나름의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며 문득 제 삶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에서 결정권을 행사하면서, 저는 늘 옳은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선택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교섭'은 단지 스토리나 사건만으로 긴장감을 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지닌 깊이와 현실성이,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와 삶을 연결짓게 만듭니다. 특히 40대 중년 남성들에게는 이 인물들이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마음속에서 겪고 있는 갈등과 책임감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봤을때 배우들의 연기력은 정말 좋게 느꼈으나 주인공 현빈의 외모가 너무 잘생겨서 이 영화의 거친 사막의 이미지와 너무 맞지안아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교섭 연기가 전달한 감정의 다층성
‘교섭’은 감정을 큰 목소리로 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관객의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크게 울거나 소리 지르지 않습니다. 대신, 가만히 앉아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주먹을 쥐고 참으며, 눈빛 하나로 수많은 감정을 전달합니다. 40대가 되면서 느끼는 건, 감정 표현이 점점 서툴러진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위치 때문일 수도 있고, 가족에게 안정감을 주고 싶다는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교섭’ 속 인물들이 보여준 절제된 감정 표현이 더 깊이 와닿았습니다. 영화 후반부, 정재호가 인질의 가족과 통화하면서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장면에서는, 제 눈에도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것은 슬픔이나 감동의 눈물이라기보다는, 이해받은 듯한 위로에서 나오는 감정이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단순히 한두 명의 영웅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지에서 고군분투하는 대사관 직원, 상황을 중재하려는 군 관계자, 그리고 국내에서 연락을 주고받는 외교부의 모습까지. 모든 인물이 제각각의 역할을 하면서 ‘협상’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입체적으로 구성하고 있죠. 특히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좌절, 회의, 분노, 안도, 그리고 미안함. 이런 감정들은 대사 하나 없이도 충분히 전달됐습니다. 이런 섬세한 감정선 덕분에 영화는 단순히 ‘실화 기반 영화’ 그 이상이 됩니다. 저는 영화가 끝난 후, 제 인생에도 수많은 ‘작은 교섭’이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들과 진로 문제로 다툴 때, 회사에서 부하직원과 충돌했을 때, 부모님과의 가치관 차이를 조율할 때. 그 모든 순간이 하나의 협상이었고, 나도 모르게 ‘정재호’처럼, 혹은 ‘박대식’처럼 판단하고 말했던 거죠. 영화를 통해 그런 기억들이 새삼 떠올랐고, 어떤 선택은 후회스럽고, 어떤 건 잘했다고 위안했습니다. 이런 회상이 가능했던 건, 영화가 보여준 감정이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감성적인 교섭의 여운, 중년의 삶과 겹치다
영화 '교섭'을 본 후 가장 오래 남았던 감정은 ‘조용한 울림’이었습니다. 화려한 액션도, 대단한 반전도 없지만, 영화는 조용히 내 안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영화관을 나와 별다른 말 없이 주차장까지 걸었고, 차 안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건 무언가를 되뇌는 시간이었고, 삶을 돌아보는 짧은 정지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교섭’ 같은 영화는 보기 드뭅니다. 모두가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구하는 시대에, 이런 영화는 오히려 더 귀하게 느껴집니다. 중년 남성인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때로는 말보다 눈빛이 더 많은 걸 전할 수 있고, 조용한 침묵이 오히려 더 큰 책임의 무게를 담을 수 있다는 걸 이 영화가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누군가를 책임지는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국가의 보호’, ‘외교의 역할’이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감정적인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지를 알게 됐죠. 그 안에는 숱한 갈등과 희생, 때로는 외면당하는 진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이, 저 같은 중년 남성들이 이 영화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교섭’은 단순히 영화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제 일상과도 연결되고, 제가 살아온 시간들과도 자연스럽게 겹쳐졌습니다. 그렇게 영화는 끝났지만, 감정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여운이 남는 장면은 마지막 황정민인 아프간 군인들과 협상을 하는 장면이였습니다. 진짜 그의 연기력 하나만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을만큼 엄청난 연기력이였습니다. 정말 그의 브랜드 파워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 였습니다.